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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바이오, 배당 보따리에 개미들 싱글벙글

 역대급 실적 신기록을 경신하며 기세등등하게 질주 중인 국내 제약 및 바이오 업계가 이번에는 두둑한 배당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주식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들 기업은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 정책인 밸류업 기조에 발맞춰 주가 상승의 모멘텀을 더욱 견고히 다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은 물론 통장에 꽂히는 현금 배당금까지 챙길 수 있는 그야말로 겹경사가 터진 셈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최근 주당 1500원이라는 파격적인 현금 배당을 결정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배당으로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총액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이 27%에 달한다. 일동제약 역시 주당 200원의 첫 현금 배당 소식을 전하며 주주 환원에 동참했다. 일동제약의 배당성향은 26.5%로 특히 주목할 점은 배당소득세 과세가 없는 감액 배당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세금 한 푼 떼지 않고 배당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속 있는 배당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바이오 업계의 큰 형님 격인 파마리서치도 주당 1700원을 배당하며 25.1%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의 대장주로 군림하고 있는 알테오젠 역시 주당 371원의 첫 현금 배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주식 시장이 불장이라 불릴 만큼 뜨겁게 달아오른 상황에서 이러한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은 주가 상승의 강력한 엔진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 배당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과 같은 공격적인 주주 친화 행보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한다면 개인 투자자를 넘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추가 자금 유입까지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치상으로도 제약 바이오 업계의 활황은 증명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 및 바이오 기업들로 구성된 KRX300 헬스케어 지수는 지난해 4월 초 3108.69 수준이었으나 전날 기준 4846.2까지 무려 50% 넘게 폭등했다. 지수가 이렇게 가파르게 수직 상승하는 와중에 배당 경쟁까지 붙었으니 투자자들의 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배당 잔치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밸류업 의지와 세제 혜택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부터 배당을 많이 실시하는 상장사에 투자한 주주들에게는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금이 10% 이상 증가한 고배당 상장사로부터 배당을 받은 주주들은 금액에 따라 14%에서 30%의 분리과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일단 고배당주 타이틀만 달게 되면 막대한 투자 자금을 끌어모으는 자석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상속이나 증여 이슈가 걸려 있는 기업일수록 더욱 공격적인 배당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업 승계를 준비하는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막대한 세금을 낼 현금이 절실하지만 그동안은 높은 배당소득세 부담 때문에 회사 자금을 개인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분리과세 인센티브가 도입되면서 오너 일가에게는 합법적으로 승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최고의 출구 전략이 마련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금을 무작정 회사에 쌓아둔다고 해서 오너 일가에게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배당을 장려하며 세금 혜택까지 주는 지금이 회사 입장에서는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당을 실시해 오너가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격적인 배당 행보가 자칫 기업의 기초 체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제약 및 바이오 산업은 막대한 연구 개발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특성이 있는데 현금 흐름이 일정치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배당을 실시할 경우 미래 성장 동력을 깎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지속되면서 제약사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 무리한 배당은 자본 건전성에 빨간불을 켤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른바 동전주라 불리는 저가 바이오 기업들이다. 경영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상장폐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억지로 주가를 부양하려는 목적으로 무리한 배당이나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일부 상장사들이 상장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현금 흐름과 실질적인 경영 지표를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지금의 배당 보따리가 독이 든 성배가 될지 아니면 진정한 주주 가치 제고의 신호탄이 될지는 각 기업의 실적과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 제약 바이오 업계가 실적 신기록과 배당 잔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투자자들에게 진정한 잭팟을 선사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