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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석조전, 24일 밤 클래식으로 물든다서울 도심의 무더위를 식혀줄 특별한 클래식 성찬이 덕수궁의 밤을 수놓는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금호문화재단과 손을 잡고 오는 24일 오후 7시, 덕수궁 석조전 중앙홀에서 '석조전 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근대 서양식 건축의 정수로 꼽히는 역사적 공간에서 대한제국 황실의 예술적 정취를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1910년 완공된 석조전은 고종 황제의 생일잔치 때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곳으로, 이번 음악회는 그 역사적 맥락을 현대적으로 잇는 의미를 지닌다.올해 음악회의 주제는 '은미록: 숨겨진 아름다움을 기록한다'로 정해졌다. 첼리스트 김민지가 음악감독을 맡아 전체적인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이상민 큐레이터가 사회자로 나서 곡에 담긴 이야기와 석조전의 역사를 알기 쉽게 풀어낼 예정이다. 특히 이번 무대는 금호솔로이스츠를 비롯해 기타리스트 박지형과 김진규, 하피스트 이우진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평소 접하기 힘든 기타와 하프의 이색적인 이중주가 석조전의 높은 층고와 석조 벽면을 타고 흐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전망이다.공연 프로그램은 고전부터 현대 탱고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우아한 건반 소나타를 시작으로 가브리엘 포레의 서정적인 하프 즉흥곡이 이어진다. 이어 막시모 디에고 푸홀의 마법 같은 모음곡과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스페인 춤곡이 연주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대미는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정열적인 탱고 모음곡이 장식한다. 두 대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리듬은 석조전 중앙홀의 장엄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관객들을 환상적인 음악의 세계로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음악회는 문화 향유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최 측은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 30명을 우선 초청하여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일반 관객의 경우 총 40명을 추첨을 통해 선정하며, 디지털 기기 사용이 서툰 만 65세 이상 어르신과 장애인, 그리고 외국인 관람객을 위해 10석의 현장 신청석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는 다양한 계층이 고궁의 밤과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관람을 원하는 시민들은 오는 16일 오전 10시부터 18일 오후 4시까지 궁능유적본부 공식 누리집을 통해 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다. 워낙 인기가 높은 공연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당첨자들에게는 대한제국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석조전 내부에서 최고 수준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 석조전 중앙홀은 평소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적인 공간인 만큼, 이번 음악회는 건축물의 내부 구조와 화려한 장식을 가까이서 살필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덕수궁 석조전 음악회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우리 국가유산을 살아있는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양식 건축물과 서양 고전 음악의 만남은 구한말 대한제국이 지향했던 근대화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더운 여름밤, 고궁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울려 퍼지는 기타와 하프의 선율은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품격 있는 휴식과 더불어 역사와 예술이 하나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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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 지눠산, 300년 탄압 딛고 부활중국 윈난성의 깊은 산세에 자리 잡은 지눠족은 56개 민족 중 가장 마지막으로 공식 인정받은 소수민족이다. 이들은 문자가 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구전 설화와 차 재배 기술을 통해 독자적인 공동체 문화를 유지해 왔다. 특히 지눠산은 과거 청나라 시절부터 보이차의 핵심 산지로 명성을 떨쳤으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찻잎은 그 품질과 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영광은 오히려 외부 세력의 질시를 불러일으켰고, 지눠족은 오랜 시간 동안 혹독한 수난의 역사를 감내해야 했다.지눠족의 기원에는 삼국시대 제갈공명과 관련된 흥미로운 전설이 서려 있다. 남만 정벌 당시 대열에서 이탈한 촉나라 병사들이 현지 토착민과 결합하여 형성된 민족이라는 설이다. 이 때문에 지눠족은 제갈공명을 단순한 정복자가 아닌 차 씨앗을 전해준 '차의 조상'으로 숭배하며 매년 차조회를 열어 경의를 표한다. 외부인을 배척하기보다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여 민족의 번영을 꾀했던 이들의 개방적인 태도는 씨족 내 혼인을 엄격히 금지하고 외지인과의 결합을 장려했던 독특한 혼인 풍습에서도 잘 드러난다.이들이 보유한 차 제조 기술은 현대 차 문화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찻잎을 숯불에 구워 우려내는 '화소차'는 일본의 유명한 호지차보다 훨씬 앞선 전통을 자랑하며, 고온 로스팅을 통해 카페인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또한 찻잎을 달여 고체 형태로 만든 '차고'는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차로 평가받을 만큼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여준다. 찻잎을 나물처럼 무쳐 먹는 '량반차' 습속은 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생존을 위한 식량으로 활용했던 소수민족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그러나 지눠족의 차 산업은 청나라의 가혹한 통치 아래 철저히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18세기 한족 상인과의 갈등을 빌미로 시작된 청나라의 보복은 마을과 다원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이후 약 177년 동안 지눠족의 독자적인 차 생산은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딴 찻잎을 인근 지역인 이우나 이방으로 보내야만 했으며, 그 과정에서 지눠산의 명성은 점차 퇴색되었다. 20세기 들어서도 전쟁과 내전의 화마를 피하지 못한 채 고귀한 차산은 화전민들의 터전으로 변하며 그 규모가 급격히 축소되었다.몰락의 길을 걷던 지눠족에게 반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세기 말 보이차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밀림 속에 방치되었던 수백 년 수령의 고차수들이 다시 발견되었고, 여기서 생산된 고수차가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300년 넘게 이어온 탄압과 빈곤의 사슬이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지눠족은 자신들의 녹색 보물인 차나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경제적 자립을 꾀했고, 그 결과 2019년 윈난성 소수민족 중 가장 먼저 완전한 빈곤 퇴치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현재 지눠산은 사통팔달의 도로망이 구축되어 외부와의 소통이 원활해졌으며, 아열대 기후의 이점을 살린 차 재배는 여전히 이들의 주된 수입원이다. 지눠족은 제갈공명의 탄생일에 풍등을 올리며 조상을 기리는 전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현대적인 차 가공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지눠족은 이제 윈난성을 대표하는 차 생산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토템 신앙과 문화를 보존한 채 지눠산의 안개 속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