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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에서 베르디까지… 김재형, 독보적 존재감한국 성악계의 거목 테너 김재형이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독창회 '거장의 숨결'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이력을 화려하게 증명했다. 지난 11일 충남 당진문예의전당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을 누벼온 드라마틱 테너의 위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김재형은 국제 무대에서 '알프레드 킴'이라는 이름으로 메트로폴리탄과 라 스칼라 등 최고의 무대를 섭렵해온 인물이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독일 예술가곡부터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공연의 전반부는 절제와 섬세함이 돋보이는 독일 리트의 시간으로 꾸며졌다. 피아니스트 황지희와 호흡을 맞춘 김재형은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선택해 사랑의 희열과 상실의 고통을 노래했다. 대극장을 압도하는 성량을 가진 드라마틱 테너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리를 내지르기보다 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시적 정서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느린 템포 속에서 긴 호흡으로 읊조리는 그의 노래는 오페라 가수 이전에 한 명의 예술가로서 그가 가진 깊은 내면의 세계를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후반부 무대는 분위기를 반전시켜 드라마틱 테너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이었다.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작으로 베르디의 '오텔로'에 이르기까지, 김재형은 극적인 상황을 단숨에 장악하는 압도적인 성량과 발성적 밀도를 선보였다. 큰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가는 강한 투사력이 요구되는 드라마틱 테너의 본능이 깨어난 순간이었다. 특히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소프라노 박소영과의 이중창은 피아노 반주만으로도 오페라 극장의 긴장감을 재현해내며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이끌어냈다.이번 공연은 단순한 기교의 과시를 넘어 한 성악가의 삶과 시간이 겹쳐진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앙코르곡 '고향생각'은 최근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을 담아 가장 낮은 목소리로 노래했다. 화려한 오페라 아리아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던 거장의 소리가 마지막 순간 개인적인 기억과 맞닿으며 가장 서정적인 울림으로 돌아온 장면은 현장을 찾은 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이는 30년이라는 세월이 목소리에 입힌 무게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김재형의 도전은 서른 해의 경력을 넘어 미래를 향해 계속되고 있다. 그는 2027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에서 현대 오페라 '닉슨 인 차이나'의 마오쩌둥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또한 독일 오페라의 정수인 바그너 작품에 도전하며 영웅적 테너를 뜻하는 '헬덴 테너'로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강한 고음뿐만 아니라 어두운 중음역과 강인한 내구성을 필요로 하는 바그너 무대는 그에게 또 다른 음악적 정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지역 문화예술 공간에서 열린 이번 거장의 무대는 수도권 중심의 공연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관객들이 당진을 찾으며 수준 높은 기획 공연에 대한 갈증을 증명했다. 한국 성악가들의 위상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만큼, 광역 문화예술 단체들이 이러한 거장급 아티스트의 리사이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재형의 30주년 무대는 한 예술가의 성취를 축하하는 자리를 넘어, 한국 클래식 공연 기획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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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도깨비 성지, 밤에는 야시장… 주문진의 유혹전 국민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드라마 ‘도깨비’의 주역들이 방영 10주년을 기념해 다시 뭉치면서 촬영지인 강릉 주문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TVN에서 방영 중인 특별 프로그램 ‘도깨비 10주년 여행’은 공유와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 등 주연 4인방이 주문진 해변을 다시 찾는 모습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추억을 소환했다. 배우들이 주문진 방사제에서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꽃다발을 건네는 명장면을 재연하자, 해당 장소는 다시금 전 세계 팬들이 몰려드는 ‘성지’로 부상했다. 여기에 이엘, 김병철 등 감초 조연들까지 합세해 촬영 당시의 뒷이야기를 풀어내며 주문진의 매력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주문진은 이미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재킷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글로벌 관광 명소지만, 그동안 밤 시간대의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강릉시는 주문진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을 ‘주문진 별빛바다 야시장’을 기획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밤까지 붙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오는 17일부터 8월 8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주문진종합시장 일대는 지역 특유의 정취와 낭만이 어우러진 스페셜 야시장으로 탈바꿈한다. 이는 낮의 활기를 밤의 문화로 이어가려는 강릉시의 야심 찬 프로젝트다.이번 야시장은 주문진종합시장 상인회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이 힘을 합쳐 운영하며, 별도의 개장식 대신 내실 있는 공연과 이벤트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총 12대의 음식 매대와 4대의 플리마켓이 설치되어 오징어순대, 컵오징어, 타코야끼 등 주문진의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한 다채로운 먹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플리마켓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의 일러스트 엽서와 잡화류를 만나볼 수 있어 소소한 쇼핑의 재미를 더한다. 단순한 시장 행사를 넘어 주문진만의 독특한 밤 문화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특히 올해 야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지역 간 상생 협력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강릉 주문진종합시장은 춘천 풍물시장과 업무협약을 맺고 야시장 매대 3팀을 교차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영동과 영서 지역의 대표 전통시장이 손을 잡고 서로의 먹거리를 공유하며 상생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방문객 입장에서는 주문진 바다의 맛과 춘천 내륙의 맛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통시장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상인회와 강릉시는 이번 축제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주문진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통시장이 가진 투박한 정과 바다 마을 특유의 낭만을 현대적인 야시장 감성으로 풀어내어,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관광 콘텐츠로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매주 다양한 장르의 거리 공연을 배치하고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강화해, 주문진 야시장만의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드라마 속 도깨비 내외가 거닐던 주문진의 밤거리는 이제 별빛바다 야시장의 조명 아래 더욱 찬란하게 빛날 준비를 마쳤다. 낮에는 해변의 푸른 정취를 만끽하고 밤에는 야시장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여정은 올여름 강릉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지역 상권의 열정과 스타들의 추억이 버무려진 주문진의 밤은 이제 강원도를 대표하는 새로운 야간 관광의 이정표가 되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