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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원칙', 학교 내 규율과 자율의 팽팽한 대립두산아트센터의 2026년 인문학 테마 '신분류학'의 두 번째 여정인 연극 '원칙'이 무대 위에 올랐다. 이 작품은 홍콩의 극작가 궈융캉이 쓴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국의 교육 현장이 마주한 보편적인 갈등과 딜레마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공연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공개된 프레스콜 현장에서는 인물들이 각자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부딪치는 팽팽한 에너지로 가득 찼다. 관객들은 단순히 연극을 관람하는 제3자가 아니라,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가치관의 전쟁을 지켜보는 참관인이자 학부모의 시선으로 극에 몰입하게 된다.작품의 중심축은 자율을 중시하던 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장 이연조가 도입한 엄격한 교칙이다. 쉬는 시간 운동장 이용 시 체육복 착용 의무화라는 사소해 보이는 규칙은, 이를 어긴 학생에 대한 처벌 수위를 두고 교장과 교감 강정구가 대립하면서 거대한 신념의 싸움으로 번진다. 안전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 원칙을 사수해야 한다는 교장의 입장과, 교육적 맥락에서 학생과 유연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교감의 논리는 평행선을 달린다. 이는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스템의 안정'과 '개별적 존중' 사이의 갈등을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통해 투영한 결과다.갈등의 파고는 교직원과 학생 조직 전체로 확장되며 극의 밀도를 높인다. 교장의 독단에 사직서로 항거하는 학생부장 천성일과 부당한 권위에 정면으로 맞서는 학생회장 김라엘의 저항은 무대 위를 뜨거운 열기로 채운다. 그 사이에서 상황을 관조하며 객석에 질문을 던지는 학생신문부장 양준의 시선은 관객들이 감정적 몰입을 넘어 이 사태를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대 위에 배치된 단 두 개의 의자는 인물들의 고립된 가치관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번역과 각색을 통해 다듬어진 대사들은 무거운 주제 속에서도 날카로운 풍자와 웃음을 잃지 않는다.연극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치는 배드민턴이다. 혼자서는 결코 성립될 수 없는 이 운동은 작품 전반에 걸쳐 소통의 본질을 묻는다. 서로의 라켓에 닿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셔틀콕은 소통이 단절된 학교 현장의 씁쓸함을 대변한다. 하지만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 평소의 엄격한 복장을 벗어던지고 운동복 차림으로 배드민턴을 치는 교장과 정장을 입은 교감의 모습은,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가치관들이 서로를 마주 보기 시작했음을 암시한다. 이는 갈등의 완전한 해소가 아닌, 갈등 속에서도 함께 존재해야 한다는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작품은 관객에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분류와 규제가 인간의 존엄과 교육의 본질을 어떻게 압박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라엘의 씩씩한 저항과 양준의 차분한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관객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정답'을 스스로 찾아가게 된다. 자율과 규율이 서로를 옥죄는 현실 속에서,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는 셔틀콕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소통의 궤적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묵묵히 보여준다.연극 '원칙'은 27일부터 6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신분류학'이라는 거대한 주제 아래 인간을 나누고 규정하는 원칙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묵직한 여운과 함께 교육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게 할 것이다. 갈등의 끝에서 마주한 희망과 성장의 기록은 2026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이자 성찰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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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땅의 기적, 동해시 주민들이 만든 '꽃의 성지'강원도 동해시의 해안 풍경이 새로운 색채를 입으며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망상과 추암 등 기존의 유명 해변과 무릉별유천지의 라벤더 명성에 이어, 이번에는 묵호항 인근의 버려진 땅이 화려한 꽃밭으로 재탄생했다. 부곡동 돌담해안숲공원 옆에 위치한 묵호항 제2준설토 적치장이 그 주인공으로, 과거 항만 준설 과정에서 나온 흙을 쌓아두던 유휴부지가 이제는 청보리와 금계국, 양귀비가 어우러진 거대한 꽃의 바다로 변모했다.이 공간의 변신은 동해시가 지난 2023년부터 추진해온 경관 개선 사업의 결실이다. 시는 삭막했던 항만 부지를 시민들의 휴식처로 되돌려주기 위해 단계적인 꽃밭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초기에는 약 3만 7,000㎡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핑크뮬리와 코스모스 등 20만 본에 달하는 가을꽃을 심으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관수 시설을 확충하고 산책로를 정비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며 유휴부지를 시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특히 이번 경관 조성은 해안가라는 지리적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방파제 남쪽 구간의 경우 파도가 들이치는 월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 구역을 유연하게 조정했으며, 기존의 야자매트 길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스러운 산책 동선을 확보했다. 또한 행정 주도의 사업에 그치지 않고 부곡동과 발한동 주민자치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주민들이 직접 공간 운영에 참여하는 민관 협력의 모델을 제시했다.올해 초여름의 주인공은 단연 청보리와 야생화들이다. 8,100㎡ 규모의 청보리밭과 1만 9,000㎡의 금계국 군락, 그리고 2,900㎡를 붉게 물들인 양귀비가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하평 바닷가에서 묵호항역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이 꽃밭은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보리 물결과 화려한 꽃잎들이 대비를 이루며, 동해안 특유의 시원한 풍광 속에 서정적인 감성을 더하고 있다.동해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이미지 개선과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꽃을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절별로 수종을 교체하여 사계절 내내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 경관 농업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묵호항의 근대 산업 유산적 분위기와 화사한 꽃밭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대조는 사진 작가들과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출사 명소로 급부상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유휴 항만 부지의 성공적인 변신은 향후 다른 지역의 방치된 국유지 활용 방식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동해시는 앞으로도 도심 속 방치된 공간들을 발굴해 계절마다 색다른 경관을 선보임으로써 시민들에게는 쾌적한 쉼터를, 관광객들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의 기억을 제공할 방침이다. 묵호항의 꽃바다는 이제 동해시를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 지도로 자리매김하며 초여름의 활기를 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