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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의 40분, 헬스키친이 삼킨 시카고의 밤그래미 어워즈를 17차례나 휩쓴 알앤비의 거장 얼리샤 키스의 음악 인생이 서울 한복판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피어났다. 현재 공연 중인 주크박스 뮤지컬 '헬스키친'은 키스의 실제 유년 시절을 모티프로 삼아, 뉴욕 맨해튼의 거친 거리에서 음악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소녀의 성장담을 그린다. 이 작품은 단순히 스타의 성공 신화를 나열하는 기존의 전기 뮤지컬과는 궤를 달리하며, 현실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에 집중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작품의 배경인 1990년대 뉴욕 헬스키친은 마약과 범죄가 들끓던 우범지대인 동시에 힙합과 재즈, 클래식이 공존하던 역동적인 예술의 요람이었다. 주인공 앨리는 예술인 공공주택에서 엄마 저지와 갈등하며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찾아 나선다. 딸이 위험한 거리에 물들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과잉보호와 자유를 갈망하는 딸의 충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모녀 서사를 형성하며 극의 중심축을 든든하게 받쳐준다.이번 한국 프로덕션의 가장 큰 매력은 얼리샤 키스의 명곡들을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세밀하게 다듬어낸 각색에 있다. '걸 온 파이어'나 '노원' 같은 세계적인 히트곡들은 원곡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극의 흐름에 맞게 재배치되어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특히 연인 간의 사랑 노래였던 곡들이 부녀간의 정이나 모녀의 화해를 담은 곡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주크박스 뮤지컬 특유의 재치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며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무대 위를 수놓는 안무와 의상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스트리트 댄스를 기반으로 현대무용과 발레를 결합한 독창적인 신체 언어는 인물들의 내면에 숨겨진 불안과 분노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한다. 앙상블 배우들은 단순한 배경에 머물지 않고 주인공의 감정적 분신이 되어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여기에 90년대 뉴욕의 자유분방함을 담은 강렬한 원색의 의상들은 세련된 도시적 무대 디자인과 어우러져 현대적인 미장센을 완성한다.한국 배우들의 압도적인 기량은 이 작품의 완성도를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알앤비와 솔 특유의 까다로운 리듬과 발성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가창력은 브로드웨이 원작의 감동을 뛰어넘는 전율을 선사한다. 특히 주인공 앨리 역을 맡은 김수하는 고집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소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탄탄한 연기 앙상블은 한국 뮤지컬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엄마의 억압적인 사랑과 그 울타리를 넘어서려는 딸의 저항, 그리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며 나누는 포옹은 이미 익숙한 풍경임에도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웰메이드 뮤지컬의 조건을 고루 갖춘 이 작품은 음악과 춤, 드라마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밤을 선물한다. 얼리샤 키스의 소울 넘치는 선율과 한국 배우들의 뜨거운 열정이 만난 뮤지컬 '헬스키친'은 오는 11월 8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관객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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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과 문학의 만남…고흥 운암산 산행기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운암산은 해발 484m의 높지 않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암릉 지대와 남해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 덕분에 산악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산행은 동산동 경로당을 기점으로 삼아 원점 회귀하는 약 8.5km 코스가 대중적이며, 전체 소요 시간은 성인 기준으로 6시간 정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경로당 앞 넓은 주차장과 간이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산행 준비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산행 초입은 경로당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길 찾기에 훨씬 수월하다. 반대편인 깃대봉 방향은 농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칫 길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독립 가옥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면 날카로운 바위와 잡석이 섞인 슬랩 지대가 나타나는데, 이곳은 미끄러짐 사고가 빈번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정표가 다소 미비한 구간이 있어 산행 전 미리 지도를 숙지하거나 GPS 앱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운암산 산행의 진수는 정상에서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구간에 있다. 정상까지는 울창한 숲이 시야를 가리지만,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부터는 거대한 바위들이 빚어낸 예술 작품들이 펼쳐진다. 특히 코를 닮은 기이한 형상의 코바위와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죽순바위 주변은 운암산 최고의 포토존으로 통한다. 다만 암릉 구간 곳곳에 부스러진 돌들이 널려 있어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안전 산행에 집중해야 한다.산행 중 만나는 영천은 갈증을 달래주는 쉼터 역할을 한다. 팔각정이 있는 옛 절터에 자리 잡은 이 샘물은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있어 산객들에게 시원한 휴식을 제공한다. 샘터를 지나면 길은 다시 완만한 오솔길로 바뀌며 하산길의 여유를 선사한다. 하산 지점인 추원제를 지나 농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출발지였던 동산동 경로당에 도착하게 된다. 산행 코스 전반에 걸쳐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운암산의 매력은 산행 후 즐길 수 있는 문화 벨트에서 완성된다. 산 서쪽 계곡을 따라 조성된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1,200여 점의 유물을 통해 조선 분청사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인근의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에서는 한국 문학의 거장들이 남긴 발자취와 유품을 만날 수 있어 인문학적 감성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라남도 문화유산자료인 무루전이 있는 수도암까지 둘러본다면 하루를 꽉 채운 알찬 여행이 된다.수도권에서 운암산을 찾는 길도 그리 어렵지 않다.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고흥까지 하루 4회 운행하는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약 4시간 15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고흥 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동산동까지는 농어촌 버스가 운행되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자연의 신비로운 암릉과 선조들의 예술혼이 깃든 문화유산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운암산은 올여름 꼭 가봐야 할 남도의 숨은 보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