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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의 빛, 김덕용의 손에서 되살아나다40년간 나무와 자개라는 독특한 재료로 한국적 미감을 탐구해 온 김덕용 작가가 개인전을 연다. 성남큐브미술관에서 10일 막을 올리는 ‘빛과 결, 自生之美(자생지미)’는 그의 예술 세계를 집대성하는 자리로, 시간의 흔적이 깃든 재료를 통해 생명의 순환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풀어낸다.동양화를 전공했지만, 그는 종이나 캔버스라는 전통적인 화면에서 벗어났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나무판을 캔버스 삼아, 그 위에 영롱한 자개를 박고 단청의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현대 회화를 구축했다. 재료 자체가 가진 시간의 결 위에 작가의 기억과 사유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다.전시 공간은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따라 생명의 기원에서부터 우주적 질서로 확장된다. 유년의 기억을 담은 ‘화양연화’ 시리즈부터 생명의 근원을 노래하는 ‘어머니의 노래’, 그리고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담아낸 ‘우주산수’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요 연작들이 관객을 맞이하며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이룬다.특히 ‘화양연화’ 연작은 한옥의 고즈넉한 구조, 책갈피 사이의 시간, 영롱하게 빛나는 구슬의 형상을 통해 관객의 아련한 기억을 소환한다. 작가는 나무의 결 위에 자개의 빛과 색을 더해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감각이 중첩되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며,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온다.반면 ‘우주산수’ 연작에서 나타나는 빛의 궤적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거대한 질서를 시각화한다. 결국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는 생명이 탄생하고 소멸하며 다시 이어지는 거대한 순환의 고리다. 개별 작품들은 이 흐름 속에서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이루며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호흡한다.성남큐브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가 동양화의 틀을 넘어 독자적인 조형 언어로 ‘한국미’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의 예술적 성취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6월 7일까지 이어지며, 기간 중 명상 프로그램과 작가와의 대화 등 연계 행사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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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팬덤 이름과 같다? 부산 아미동의 미스터리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산의 관광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화려한 고층 빌딩이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해운대 해변 대신, 낡고 투박한 원도심의 골목길이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유행을 넘어, 부산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는 현상이다.한국관광공사의 데이터는 이 변화를 명확한 수치로 증명한다.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 전국 1위는 부산 영도구 봉래2동으로, 방문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128%라는 경이로운 폭증세를 기록했다. 이곳은 수리 조선소와 낡은 공장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최근 폐산업 시설을 독특한 감성으로 재해석한 카페와 복합문화공간들이 들어서며 '힙한' 장소를 찾는 젊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관광객 증가율 2위와 3위를 차지한 서구 아미동(757% 증가)과 부산진구 가야2동(505% 증가) 역시 원도심의 재발견이라는 맥락을 공유한다. 특히 아미동 '비석마을'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터를 잡은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묘비석을 주춧돌이나 계단으로 삼은 독특한 마을 경관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역사적 서사에 매력을 느끼는 관광객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아미동의 폭발적인 인기 뒤에는 뜻밖의 흥행 코드도 숨어있다. 지명인 '아미'가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덤 '아미(ARMY)'와 발음이 같다는 점이 K팝 팬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일종의 '성지'로 여겨지며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추가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문화적 콘텐츠가 지역 관광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이러한 현상은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사가 잘 다듬어진 랜드마크에서 현지인의 삶과 이야기가 깃든 '날것의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관광지보다, 부산 고유의 가파르고 입체적인 지형 위에 오랜 시간 겹겹이 쌓인 삶의 흔적과 거친 풍경 그 자체에서 더 깊은 매력을 발견하는 것이다.결국 부산의 원도심은 도시의 낡고 오래된 공간이 아니라, 가장 개성 있고 압축적인 역사를 품은 '보물창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기름 냄새와 녹슨 철문, 가파른 계단으로 기억되던 부산의 속살이 이제 K-관광의 새로운 미래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