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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소규모 사업장 '채용 갑질' 심각...법의 사각지대 방치

 직장인 3명 중 1명은 입사 과정에서 제시된 근로조건과 실제 조건이 일치하지 않는 '채용 속임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직장인 1000명 중 35.3%가 채용공고나 면접 과정에서 제안받은 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달랐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기록했다.

 

고용형태별로 살펴보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피해가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 39.3%가 채용 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의 불일치를 경험했다고 답해, 정규직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 소규모 민간 사업장에서 42.4%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근로자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채용 과정의 투명성이 더욱 취약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어, 대다수 소규모 사업장이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법은 수습기간 반복 연장이나 허위·과장 채용공고 등 이른바 '수습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됐으나, 제한적인 적용 범위로 인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85.8%는 채용절차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현재는 일부 위반행위에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준으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채용공고와 실제 조건이 다를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홍석빈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입사 후 조건이 다르다고 해도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채용절차법의 내용은 구인·구직자 간에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사회적 신뢰에 관한 것으로,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를 이유로 적용을 배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취업 시장에서 구직자들이 겪는 불공정한 관행이 여전히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며, 특히 소규모 사업장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취업자 인구 비율을 기준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는 채용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