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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간 망가뜨리는 병, 'B형'은 안심해도 될까?…1200명 분석 결과 '충격'
특정 혈액형이 자가면역 간 질환 발병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메디슨'에 발표된 중국 공동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A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자가면역 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다른 혈액형보다 높고, 반대로 B형은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20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을 분석했으며, 이 중 자가면역 간 질환 환자 114명과 건강한 일반인 1167명의 혈액형 분포를 비교했다. 자가면역 간 질환은 우리 몸을 외부 침입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의 간 세포를 공격하여 손상을 입히는 심각한 질환으로, 방치할 경우 간경화나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자가면역 간 질환은 자가면역성 간염과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두 종류였다. 분석 결과, 두 질환 모두 환자군에서 A형 혈액형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O형, B형, AB형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이러한 혈액형 분포의 차이는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환자들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건강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B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PBC에 걸릴 위험이 현저히 낮았던 반면, A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의 발병 위험은 상당히 높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A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 자가면역 간 질환과 관련된 특정 위험 항원이나 유전자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자가면역 간 질환의 조기 발견 및 고위험군 선별에 혈액형 정보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가면역 간 질환은 흔히 간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술이나 비만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 없이 피로감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매우 어렵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병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간의 3분의 1가량이 심각한 간경화 상태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린다면, 단순히 바이러스 감염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밀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일단 병이 상당히 진행되면 치료는 더욱 까다로워진다. 현재로서는 면역체계와 염증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 약물치료가 주로 사용되지만, 이는 평생 복용해야 하며 설사, 복통 등 다양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약물로도 병의 진행을 막지 못해 간 기능이 급격히 망가지면 남은 선택지는 간 이식뿐이다. 간 이식은 이 질환의 유일한 완치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환자가 이식 수술을 받기에는 기증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혈액형과 같은 간단한 정보로 질병의 위험도를 미리 예측하고 조기에 관리할 수 있다면, 치명적인 간 손상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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