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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80%가 앓는다는 '이 병'…방치하면 척추까지 무너진다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무지외반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한 해 5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80% 이상이 여성 환자일 정도로 특정 성별에 집중된 이 질환은, 가족력과 같은 선천적 요인과 발볼이 좁은 신발이나 하이힐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발 모양의 변형만으로 지레 겁을 먹지만, 사실 통증이 없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통증이 극심해 신발을 신기조차 어렵거나, 통증이 없더라도 변형이 심해 다른 발가락의 모양까지 틀어지게 만드는 경우다. 이런 상황을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방치했다가는 더 큰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우리 발에서 가장 큰 구조물인 엄지발가락은 체중의 80% 이상을 감당하며 몸의 중심을 잡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무지외반증으로 엄지발가락이 제 기능을 상실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나머지 네 발가락에 전가된다. 강북연세병원 족부클리닉 조준 원장은 "휘어진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세 번째 발가락을 지속적으로 밀어내면서 결국 발가락 전체의 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네 번째 발가락은 양옆에서 가해지는 압력에 옴짝달싹 못 하다가 끝이 갈퀴처럼 굽는 '갈퀴족' 변형까지 생길 수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면 단순히 엄지발가락만 교정하는 수술로는 해결이 불가능해져, 발가락 전체를 교정하는 훨씬 더 큰 수술이 필요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발가락 관절염이나 신경 압박으로 인한 '지간신경종'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발이 체중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척추, 무릎, 발목 관절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많은 환자들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교정기에 의존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교정기는 착용하고 있는 동안에만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모양을 잡아줄 뿐, 제거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휘어진 뼈 자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결국 수술적 치료가 유일한 해법이다. 무지외반증 수술은 변형된 뼈를 잘라(절골) 정상적인 각도로 맞춘 뒤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거에는 10cm 이상 피부를 크게 절개해야 해서 환자들의 부담이 컸지만, 최근에는 의학 기술의 발달로 수술법이 크게 개선되었다.

 

최신 수술법인 '최소침습 무지외반증 교정술'은 1cm 내외의 작은 구멍을 2~3개만 뚫어 진행한다. 조준 원장은 "절개 부위가 매우 작기 때문에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과거 수술법에 비해 회복이 월등히 빠르고, 수술 후 흉터 걱정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 만큼, 심한 통증과 변형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무작정 참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가족 중 무지외반증을 심하게 앓은 사람이 있다면 선천적인 요인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평소 발볼이 넓고 쿠션감이 좋은 편한 신발을 신는 등 예방적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