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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방아 한 번에 사망까지…당신을 노리는 겨울철 '침묵의 암살자' 고관절 골절

 첫눈과 함께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서 보이지 않는 암살자, '블랙아이스'가 도로와 인도를 점령했다. 낮은 기온에 녹았던 눈이 밤사이 얇은 얼음 막으로 변하면서, 한겨울 보행자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뼈가 약한 노년층이나 골다공증 환자에게 겨울철 낙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꺼운 옷차림으로 움직임이 둔해지고, 쌓인 눈에 지형이 가려져 발을 헛디디기 쉬운 겨울철, 한 번의 '미끄덩'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겨울철 낙상으로 인해 손목, 발목, 척추 등 다양한 부위에 골절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단연 '고관절 골절'이다. 허벅지와 골반을 잇는 고관절이 부러지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스스로 몸을 가누는 것조차 불가능해져 수개월간 침상 생활을 해야만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기간의 침상 생활은 폐렴, 욕창, 혈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2차 합병증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실제로 고관절 골절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14.7%에 달하며, 치료가 늦어지거나 방치될 경우 이 수치는 1년 내 25%, 2년 내 최대 70%까지 치솟는다. 여성 환자의 경우 2명 중 1명은 독립적인 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4명 중 1명은 장기 요양이 필요할 정도로 삶의 질이 처참하게 무너진다.

 


빙판길에서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었거나 허리를 삐끗한 경우, 초기 통증이 심하지 않다고 해서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김진우 노원을지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특히 노인의 경우 한 번 넘어지면 통증의 정도와 상관없이 골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낙상 후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큰 통증이 없더라도 근육의 미세 손상이나 긴장 상태가 지속되어 만성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통증은 냉찜질과 소염제로 조절할 수 있으며, 무릎을 굽힌 채 다리 아래에 베개를 받치고 누우면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결국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다. 겨울철 보행 시에는 평소보다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걷는 습관을 들이고, 균형을 잡기 어렵게 만드는 '주머니에 손 넣고 걷기'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은 기본이며, 발에 걸릴 수 있는 긴 바지나 헐렁한 옷차림도 미리 점검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한파, 폭설 등 기상이 악화된 날에는 불필요한 외출 자체를 삼가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이동 경로의 안전을 미리 확인하고, 시간을 넉넉히 잡아 서두르지 않으며, 주변의 난간이나 지지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