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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금 사야 할까? 금값 온스당 4900달러 돌파

겨울철 추위를 녹이는 것은 난로뿐만이 아닌 것 같다. 최근 귀금속 시장이 그야말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900달러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넘어서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팽팽한 지정학적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은 물론이고 은과 백금까지 줄줄이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귀금속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한국 시간 23일 오전 10시 45분 기준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951.73달러를 기록했다. 2월 인도분 선물 가격 역시 4,956.10달러까지 치솟으며 5,000달러 고지 점령을 코앞에 두게 되었다. 지난해에만 무려 65%나 폭등했던 금값이 올해 들어서도 멈출 줄 모르는 기세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폭등의 원인으로 약달러 현상과 저금리 기조,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투어 금 비축량을 늘리는 탈달러화 흐름을 꼽고 있다. 

 

미국계 귀금속 유통사 자이너메탈스의 피터 그랜트 부사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상황을 명확하게 짚었다. 그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 연준의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금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현재 온스당 5,000달러는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으며, 기술적 분석 모델에 따르면 5,187.79달러 이상의 상승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지금 발생하는 단기적인 가격 조정은 오히려 금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조언까지 덧붙였다.

 

이러한 금값 폭등의 배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그린란드 병합을 추진하며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날 선 대립각을 세웠다. 비록 지난 21일 다보스 포럼에서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유럽 8개국에 대한 추가 관세안을 철회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린란드의 미래를 두고 벌어질 향후 협상이 워낙 불투명한 데다, 영유권을 절대 넘겨줄 수 없다는 덴마크의 입장이 완강해 언제든 갈등이 다시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가장 믿을 만한 안전 자산인 금으로 몰려들고 있다.

 

 

 

금의 화려한 독주에 가려져 있지만 은과 백금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국제 은 현물 가격은 같은 시각 온스당 98.8829달러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2.7%나 뛰었다. 사상 첫 100달러 돌파를 단 몇 달러 남겨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영국 금융 플랫폼 트레두의 니코스 차부라스 분석가는 은이 금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투자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의 비축 자산은 아닐지라도, 안전 자산으로서의 매력과 달러 약세의 수혜를 고스란히 받으며 투자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금 역시 온스당 2,668.37달러를 찍으며 전날보다 1.2% 상승해 귀금속 시장의 동반 랠리에 힘을 보탰다.

 

현재의 귀금속 광풍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달러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신호와 함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 영토 분쟁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라도 금이나 은을 사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미 너무 올랐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귀금속 가격의 하단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시장의 대이동이 시작된 지금, 5,000달러를 향해 달리는 금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단순히 장신구나 산업용 재료를 넘어 생존을 위한 최고의 자산으로 등극한 금과 은. 트럼프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우리의 아침은 '오늘 금값이 얼마인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