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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패싱' 현실화?…이재명 '한미일 공조'에, 김정은은 '북중러 동맹'으로 맞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양옆에 세우고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거행하며 '신냉전'의 서막을 알렸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3각 공조'를 굳건히 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터져 나온 거대한 정치적 파고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단연 김정은 위원장이 있다. 집권 14년 만에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그는 '7·271953'이라는, 북한의 '전승절'을 의미하는 번호판을 단 전용차량을 타고 등장하며 미국에 대한 비핵화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톈안먼 망루에서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66년 만에 한자리에 서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하며 북·중·러 3국의 '반(反)서방 연대'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이들의 결속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은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5C'와 미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잉지-21' 등을 공개하며 군사적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김 위원장 역시 방중 직전 신형 ICBM 엔진 개발 현장을 노출하며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과는 별도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형제의 의무"로 치켜세우며 3각 연대의 깊이를 재확인했다.

 

물론, 김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고도의 '몸값 올리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에도 시 주석을 먼저 만나 교감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재회 의사를 내비친 만큼, 중국과 러시아를 뒷배 삼아 협상력을 극대화한 뒤 미국과의 담판에 나서려는 전략적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어떤 시나리오든 분명한 것은, 6년간 멈춰 있던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외교전이 재개됐다는 사실이다. 이 복잡한 고차방정식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당초 이 대통령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남·북·미 정상회담을 재현하는 '빅 픽처'를 그려왔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의 '햇볕 기조'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두 국가' 방침을 고수하며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이 구상에는 거대한 암초가 드리워졌다.

 

더 큰 딜레마는 중국과의 관계다. 이 대통령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 기조를 공식 폐기하며 한미일 공조에 집중했지만, 아직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조차 갖지 못했다. 중국 외교부가 "제3자의 영향을 받지 말라"며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보낸 상황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영향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제 모든 시선은 10월 말 'APEC 슈퍼위크'가 열릴 경주로 향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참석이 유력한 가운데,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과연 경주에 모습을 드러낼지가 최대 관건이다.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는 그 자체로 한반도 정세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이재명표 실용외교'가 과연 어떤 창의적 해법으로 국익을 지켜내고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할 수 있을지, 그의 외교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